세계 품새 ‘별들의 전쟁’ 춘천서 개막… 한국 14연패, 변재영 2연패 도전
발행일자 : 2026-09-15 18:56:14
[한혜진 / press@mookas.com]

20년 만에 종주국으로 돌아온 세계품새선수권… 83개국·난민팀 1천411명 ‘역대 최대’

세계 품새의 별들이 춘천에 총집결했다.
20년 전 서울에서 시작한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가 역대 최대 규모로 성장해 종주국으로 돌아온 가운데, 한국은 '종합우승 14연패', 자유품새 간판 변재영은 '개인 2연패'라는 새로운 역사에 도전한다.
세계태권도연맹(WT, 총재 조정원)이 주최하는 '춘천 2026 세계태권도품새선수권대회(Chuncheon 2026 World Taekwondo Poomsae Championships)'가 15일 강원특별자치도 춘천 송암스포츠타운 에어돔에서 막을 올렸다. 본 경기는 16일부터 20일까지 닷새간 펼쳐진다.
이번 대회에는 83개국과 WT 난민팀(TRT)에서 총 1천411명이 등록했다. 세계품새선수권 출범 이후 가장 많은 선수가 참가하는 '역대 최대 규모'다.
올해로 14회를 맞은 세계품새선수권은 2006년 서울에서 처음 시작됐다. 이후 2007년 인천, 2022년 고양에 이어 춘천이 국내 네 번째 개최지가 됐다. 초대 대회가 열린 지 꼭 20년, 세계적인 선수권으로 성장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셈이다.
20년 사이 세계 품새의 지형은 크게 달라졌다. 한국 중심이었던 경쟁 구도는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미주, 아프리카까지 넓어졌고 기술과 표현력도 빠르게 상향평준화됐다. 이제 '종주국'이라는 이름만으로 메달을 장담할 수 없는 시대다.
그럼에도 한국은 세계선수권 종합우승만큼은 단 한 차례도 내주지 않았다. 2006년 서울 초대 대회부터 2024년 홍콩 대회까지 13회 연속 종합우승. 이번에는 55명의 선수단이 안방에서 '14연패'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에 도전한다.

그 가운데 시선이 집중되는 주인공이 있다. 자유품새 간판 변재영이다. 지난 2024 홍콩 세계선수권 자유품새에서 강렬한 퍼포먼스로 큰 화제를 일으키며 세계 정상에 오른 변재영이 이번에는 안방에서 '2연패'에 도전한다.
해를 거듭할수록 기술 난도가 높아지고 각국 선수들의 퍼포먼스 경쟁까지 치열해지는 자유품새는 이제 세계선수권의 대표적인 볼거리로 자리 잡았다. 지난 대회 가장 강렬한 장면 가운데 하나를 만들어낸 변재영이 춘천에서도 다시 세계를 놀라게 할지 관심이 쏠린다.
이번 대회에서는 공인품새(Recognised Poomsae)와 자유품새(Freestyle Poomsae)를 비롯해 개인전과 복식전, 단체전 등 총 42개 메달 이벤트가 펼쳐진다. 한국의 14연패 수성 여부와 함께 세계 각국의 거센 추격전도 주요 관전 포인트다.
메달 경쟁만큼 특별한 참가자도 있다. 바티칸시국이 WT 주최 선수권대회 사상 처음으로 선수를 출전시켰다.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국가 중 하나인 바티칸의 선수가 태권도 종주국에서 역사적인 세계선수권 데뷔전을 치른다.
국가를 대표할 수 없는 선수들도 같은 무대에 선다. 요르단 아즈락과 자타리 난민캠프에서 태권도를 수련한 선수들이 WT 난민팀으로 춘천을 찾았다. 출발점은 달라도 춘천에서는 같은 도복을 입고 세계 정상에 도전한다.

조정원 WT 총재도 개회사에서 바티칸시국과 난민선수단의 참가를 직접 소개하며 태권도의 '포용'에 의미를 부여했다.
조 총재는 "이번 대회에 우리 회원국 중 바티칸이 최초로 출전했다. 또한 WT 회원국을 215+1이라고 하는데, 이 '+1'은 우리의 난민 선수들을 의미한다"며 "이들이 오늘 춘천에서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은 태권도가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것을 힘 있게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품새는 포용의 정신을 잘 보여준다. 나이와 관계없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품새는 태권도의 기술과 정신, 그리고 예술성을 하나로 아우르는 종목"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춘천에서는 세계선수권 개막과 함께 또 하나의 새로운 출발도 알렸다. 개막식에 앞서 송암스포츠타운에서는 WT 춘천 본부 건립을 위한 착공식이 열렸다. 세계품새선수권이 20년 만에 한국으로 돌아온 날, WT의 새로운 거점을 세우는 첫 삽도 함께 떴다.
조 총재는 "이번 대회를 주최한 춘천은 세계 태권도 가족에게 특별한 의미를 지닌 도시"라며 "WT 춘천 본부 기공식을 계기로 이곳 춘천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새로운 장을 함께 열었다. 모든 선수들이 최고의 경기를 펼치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육동한 춘천시장도 "세계태권도연맹 본부를 품은 도시로 세계태권도수도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겠다"며 "세계 태권도인들이 춘천에서 만나고 배우고 교류하며 태권도의 미래를 그려 나갈 것"이라고 환영했다.
이날 개막식에는 조정원 총재를 비롯해 양진방·드리스 엘 힐랄리·사키스 프라갈로스 부총재, 서정강 사무총장과 WT 집행위원, 대륙연맹 회장단 및 각국 국가협회장, 윤웅석 국기원장, 김중헌 태권도진흥재단 이사장 등 세계 태권도 주요 인사들이 참석했다.

국내에서도 조정식 국회의장을 비롯해 허영·김재원·한기호 국회의원, 김대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육동한 춘천시장,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등 정·관계와 체육·태권도계 주요 인사들이 개막을 함께했다.
공식행사가 끝난 뒤에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WT 시범단(단장 나일한)이 지금까지의 시범공연과는 결이 다른 무대를 선보이며 개막식의 대미를 장식했다.
익숙한 흰 도복에서 벗어나 검은색 의상과 가면, 긴 사슬을 활용한 강렬한 장면으로 시작했다. 대형 LED 영상과 조명, 음악을 하나의 이야기처럼 엮으며 고난도 발차기와 격파를 차례로 보여주는 기존 시범의 문법에서도 과감히 벗어났다.
공연 중반부터 분위기는 다시 반전됐다. 흰색과 분홍색이 어우러진 전통 의상과 한국적인 소품이 등장했고, 태권도의 역동적인 움직임에 한국의 '선과 색'을 입혔다. 현대적인 퍼포먼스에서 전통적인 한국의 미로 자연스럽게 무대를 전환했다.
장면이 바뀔 때마다 객석에서는 탄성이 터졌고 박수는 점점 커졌다. 기술을 얼마나 높이 차고 많이 격파하느냐보다 '태권도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무게를 둔 새로운 시도였다.

그리고 마지막은 '아리랑'이었다. 대형 태극 문양을 배경으로 시범단원들이 한데 어우러지자 객석에서는 큰 박수가 터져 나왔다. 세계 각국에서 춘천을 찾은 선수와 지도자들도 공연이 끝날 때까지 무대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20년 전 한국에서 태어난 세계품새선수권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밤. '아리랑'으로 끝맺은 WT 시범단의 무대는 한국에서 맞은 창설 20주년의 의미를 더욱 특별하게 만들었다.
20년 전 서울에서 시작한 세계품새선수권은 이제 1천411명이 참가하는 역대 최대 무대로 성장했다. 세계 정상급 선수부터 바티칸 선수, 난민캠프에서 꿈을 키운 선수까지 춘천에 모인 다양한 얼굴은 지난 20년간 세계 품새가 얼마나 넓어졌는지를 보여준다.
화려한 개막은 끝났다. 이제 16일부터는 냉정한 승부다. 세계의 거센 추격 속에 한국은 '14번째 왕좌'를 지켜야 하고, 변재영은 다시 한번 자유품새 세계 정상에 도전한다. 춘천에서 펼쳐질 닷새간의 '별들의 전쟁'이 시작됐다.
[무카스미디어 = 춘천 - 한혜진 기자 ㅣ haeny@mook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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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혜진 |
| 태권도 경기인 출신의 태권도·무예 전문기자. 이집트 KOICA 국제협력요원으로 태권도 보급에 앞장 섰으며, 20여 년간 65개국 300개 도시 이상을 누비며 현장 중심의 심층 취재를 이어왔다. 다큐멘터리 기획·제작, 대회 중계방송 캐스터, 팟캐스트 진행 등 태권도 콘텐츠를 다각화해 온 전문가로, 현재 무카스미디어 운영과 콘텐츠 제작 및 홍보 마케팅을 하는 (주)무카스플레이온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국기원 선출직 이사(언론분야)와 대학 겸임교수로도 활동하며 태권도 산업과 문화 발전에 힘쓰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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